1. 우크라의 위기는 곧 폴란드의 위기
순망치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인데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폴란드의 모습을 이유를 단 한마디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곧바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닿게 되는 폴란드는 최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느라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입니다
폴란드의 행보는 현재 유럽의 리더 국가가 누구인지 헷갈리게 만들 정도인데요, 기존에 유럽의 중심으로 여겨졌던 독일이나 프랑스와 비교하면 최근 유럽을 이끄는 것은 폴란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최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모두 한국과의 협력 덕분입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레오파르트 전차의 추가 인도와 관련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며, 이 과정에서 독일을 압박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기존에 14대의 레오파르트 전차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후, 먼저 4대를 전달했습니다
이어 조만간 남은 10대를 모두 보낼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유럽 국가 중 가장 적극적이고 빠르게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차 예비부품 공급 문제까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정작 레오파르트 전차를 만든 독일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입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리우스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 내 우크라이나에 독일제 레오파르트2 A4 전차 10대를 추가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인도가 완료되면 폴란드가 약속한 전차 물량이 모두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게 되는 것으로, 이는 지난 1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를 방문해 전차 지원을 약속한 지 두 달 만입니다
독일의 주력 전자인 레오파르트2는 첨단 방어 시스템과 120㎜ 주포 등을 갖춘 중무장 전차입니다
폴란드를 비롯해 스페인, 그리스, 덴마크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이 보유한 독일제 레오파르트 전차를 제3국인 우크라이나에 보내기 위해선 독일 정부의 승인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무기를 수입한 국가가 제 3국으로 무기 지원을 할 때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기술 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폴란드는 독일의 승인을 받아 레오파르트2 전차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했는데요, 이후 러시아의 침공 1년째인 지난달 24일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레오파르트2 전차 4대를 전달했습니다
서방의 주력 전차가 우크라이나에 실제로 전달된 것은 이때가 처음으로, 우크라이나가 폴란드에 받은 감동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폴란드는 난민 문제로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빚고 있었는데, 위기 상황이 되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독일 등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차 지원에 신중한 입장이었는데요, 자국 주력 전차 지원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층 격해지고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차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전차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후 미국, 독일, 영국 등 다른 서방 국가도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2. 한국이 바꾼 폴란드의 전략
폴란드가 이렇게 레오파르트 전차를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한국 덕분입니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50년 만에 재무장에 나섰습니다
11일 영국 텔레그래프는 ‘폴란드 제 11포병연대 부대원들에게 이른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면서 ‘러시아 국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둔하고 있는 우리 부대는 오랫동안 구식 장비와 씨름해왔는데 12월 중순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국의 K9 자주포 24문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마렉 아다미악 대위는 텔레그래프에 ‘포병 장교로서 새로운 장비에 흥분했다’면서 ‘이제 우리가 쏠 수 없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K9 자주포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폴란드는 올해 GDP의 무려 4%를 국방비로 지출할 예정으로, 이는 나토에서 권장하는 국방비인 GDP 2%의 두 배 수준입니다
실제로 독일은 1천억 유로, 약 138조 2400억원 규모의 특별방위기금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GDP의 2% 정도만 국방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독일의 국방비 투자가 더 크지만, 비율로 보면 폴란드가 유럽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폴란드는 과거 냉전 시기 서방의 나토에 맞선 공산권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핵심으로 수십 년간 옛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련 해체 이후 폴란드는 러시아에 맞선 서방의 최전방 군사 거점인 ‘나토의 창끝'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또 러시아의 우방국인 벨라루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약 600km의 국경을 공유한 만큼, 현재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에 노출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력 강화에 매진, 관련 지출 확대를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폴란드는 5년 안에 병력을 현재 14만3500명에서 30만명으로 2배 넘게 증강할 방침인데요, 총리는 오는 2023년 2만명 이상의 새로운 군인을 선발하겠다고 했습니다
마리우스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현지 매체 '디펜스24' 인터뷰에서 "러시아 연방이 자행한 범죄폭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은 군사 장비 현대화를 더욱 가속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산 무기 구매 추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텔레그래프는 ‘폴란드는 한국의 K2 전차 1000대, 미국에 신형 M1A2 에이브럼스 전차 250대를 발주했다’면서, 이로써 폴란드는 유럽 최대의 전차 부대를 보유하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포병은 600대의 K9 자주포와 9000개의 로켓이 장착된 18대의 하이마스 발사대, 288대의 천무로 더욱더 강하게 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무기를 구입하기로 했지만, 현재 상황에서 전차를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요, 폴란드가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역시 한국의 빠른 배송 덕분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 폴란드가 구매한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12월 폴란드 땅을 밟았는데요, 수출 계약을 맺은지 4개월만에 이뤄진 일입니다
초도물량 외에 나머지 전차 물량은 오는 2025년까지 폴란드에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으로, 폴란드는 굳이 레오파르트 전차에 목을 멜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전차 제공을 하는 동시에 전차 보수 및 예비부품 지원에도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브와슈차크 부총리는 유럽연합(EU) 국방장관 회의 참석차 스웨덴 스톡홀름에 방문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과 만나 독일산 예비부품 공급 문제에 논의할 예정입니다
브와슈차크 부총리는 스톡홀름으로 출발하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전차의 보수를 위한 서비스 허브를 설치할 준비가 됐다’며 ‘우리가 논의할 근본적인 문제는 레오파르트의 독일산 예비부품 가용성이 낮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독일은 오랜 기간 평화를 누려왔고,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에게 최전방 수비를 맡기고 경제 발전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방산 산업이 약화될 수 밖에 없었는데, 무기 판매는 해 놓고 이후 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까지 떨어져버린 것입니다
반면 한국은 북한과 중국이라는 적국을 두고 군사력 강화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꾸준히 무기 개량 및 보수를 진행해 왔고 충분한 예비부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3. 레드백 노리는 폴란드
폴란드는 이번 레오파르트 전차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통해 독일과 잡은 손을 놓고, 한국의 손을 굳게 잡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보르숙이라는 이름의 신형 자국산 보병전투차(IFV) 확보 사업을 진행 중인데, 여기에 한국의 참여를 적극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이 사업은 총 1400대의 IFV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측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한국산 무기를 대량으로 구입한 만큼, 기술협력과 생산 지원으로 무기체계 간 상호운영성 증대에 도움을 줄 여지가 큰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폴란드군은 이 사업으로 수륙양용 IFV 1000여 대와 IFV 차체를 토대로 한 정찰 차량, 지휘 차량, 의료 구조 차량 등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폴란드 정부는 보르숙을 지난해 구매한 한국산 K2 '흑표' 전차와 함께 운용할 방침이어서 한국 측과 기술 협력을 통해 상호운용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브와슈차크 국방부 장관은 보르숙의 '보완 수단'으로 한국산 IFV '레드백'을 검토한다고 지난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군사전문매체 디펜스포스트도 폴란드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 폴란드 국방부가 국영방산 업체 HSW를 중심으로 하는 컨소시엄과 보르숙 확보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디펜스포스트는 이 컨소시엄이 이미 지난 2014년부터 궤도차량개발에 착수해 2017년에 모형시제품을 선보였다고 전했는데요, 이어 지난 2020년에는 시제품 성능평가에 들어가 2022년부터 양산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에초 폴란드 국방부는 10개 대대 물량 588대를 확보한 후 2035년까지 인도를 마치기로 계획을 수립했는데요,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 확보 물량을 1000대로 늘렸다고 디펜스포스는 전했습니다
디펜스포스트에 따르면 보르숙은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차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중량만 놓고 보면 한화가 만드는 레드백과 비슷하다는 평가입니다
폴란드는 또 한국산 전차 및 자주포 수입과 연계해 최근 국내 최대 탄약 제조업체 풍산과 한국 정부 측에 폴란드 현지 탄약 공장 건설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폴란드 요청 규모는 K-9용 포탄과 K2용 전차탄을 연간 10만 발씩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한국도 관련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기 확보 외에도 포탄 생산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밝혀진 만큼, 한국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국방의 약점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처럼 폴란드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유럽 최고의 전차 부대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직전인 상황입니다
폴란드의 적극적인 행보는 향후 한국의 무기 판매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으로, 외세의 침략에 시달린 역사가 많은 두 나라가 함께 이 위기를 이겨나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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