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쟁을 끝내길 원하는 서방 세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맞아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안을 발표하며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독일에서 무기 지원에 반대하고 평화 협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습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위에 주최측 추산 5만여명, 경찰 추산 1만30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평화를 위한 반란’이라고 이름 붙은 이 시위는 독일 좌파당 소속 자라 바겐크네흐트 연방의회 의원과 독일의 유명 여성운동가인 알리체 슈바르처가 주도했습니다
주최 측은 매일 약 1000명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3차 세계대전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독일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가장 많은 액수의 군사 지원을 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전쟁으로 시작된 공급망 이슈와 이로 인한 경제 위기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는 모습입니다
시위 참여자들은 “수류탄 대신 외교관을” “전쟁을 격화하지 말고 협상하라”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협상을 통한 종전을 요구했습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연구자 콘스탄틴 슈나이더는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느끼는 위협과 두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물론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푸틴은 바보지만, 우리는 협상할 것이 없다고 선언하는 대신 전쟁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시위에 앞서 바겐크네히트 등은 정부에 무기 지원 확대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평화 선언문’을 발표했고 이 서명에는 지난 2주간 65만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종전 협상을 원하는 것은 독일만이 아닙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 주요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정식 가입 대신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방위협정을 모색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24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 3개국 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모든 영토를 재탈환할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에 나서도록 독려하는 인센티브로 이 같은 방위협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당국자들은 종전을 위한 평화회담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시작될지는 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결정에 달렸다면서도,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최근 제시한 협정의 청사진을 프랑스와 독일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낵 총리는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종전 이후에도 자국을 방어할 수 있도록 첨단 군사장비와 무기, 탄약에 더 폭넓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협정을 제안하면서 이 계획이 오는 7월 열리는 나토 연례회의 의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포함해 전장에서 '결정적 이점'이 될만한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당국자들은 그러나 이러한 공개적인 수사 뒤에는 우크라이나가 동부와 크림반도에서 러시아를 몰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3국 정치인들의 깊어지는 의구심이 숨어 있다고 전했습니다
프랑스의 한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러시아가 승리해서는 안된다고 되풀이하지만 전쟁이 현재와 같이 격렬하게 이어지며 장기화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손실은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며, 또한 아무도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한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달 초 파리에서 만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와의 평화회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만찬을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위대한 전쟁 지도자이지만 이제는 정치인으로서 수완을 발휘해 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프랑스와 독일처럼 숙적 관계인 국가들도 2차 세계대전 이후 화해했다고 지적했다고 이들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이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러시아 침략에 대응하기 위한 단결을 강조한 것과 대비됩니다
서방 지도자 누구도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러시아와 종전회담을 개시할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것에 뜻을 모으고 있다는 것입니다
2. 종전이 가져오는 효과는
"전쟁이 언제 끝날 지는 예견할 수 없으나, 이미 각국의 많은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에 관심을 갖고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쟁이 끝나게 되면 다음에 눈이 가는 것은 당연히 복구 사업입니다
이정훈 코트라 전 CIS지역본부장 겸 모스크바 무역관장은 2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재건이라는 큰 그림은 유럽과 미국주도로 그려질 것이나, 이후 실적적인 복구활동이나 이에 필요한 기자재, 장비, 건설 등은 이미 이라크 재건사업의 경험이 있는 한국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이 전 본부장은 이달 초 서울본부로 귀임하기 전까지 3년 간 모스크바를 본부로, 러시아 전역과 우크라이나를 관장하며 독립국가연합를 총괄했습니다
이 전 본부장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관련, 물밑에서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지만 기업들은 벌써부터 전후 복구사업에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미국·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마샬플랜'을 능가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전후 복구 사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달 15~16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박람회는 22개국·300여개 기업들이 참가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우크라이나 정부가 추산한 복구 비용은 1조달러 약 1300조원, 세계은행은 6000억달러 약 780조원가 들어갈 것으로 각각 예상했습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후 복구 비용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한국 기업들도 이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입니다
포스코인터는 우크라이나에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자산을 투자한 기업으로, 최근 종전 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인터는 21일 "국내기업 유일의 우크라이나 내 투자 자산인 곡물터미널이 설비 피해 없이 부분 가동을 통해 해외 식량 사업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항에 인접한 곡물터미널은 2019년 9월 준공됐으며 이듬해인 2020년 10월에는 우크라이나산 밀을 국내로 공급했습니다
국내 기업의 해외 곡물터미널을 통한 첫 반입 사례였습니다
포스코인터는 곡물터미널 가동 직후부터 전쟁 직전까지 약 250만 톤의 곡물을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포스코인터의 우크라이나 터미널 법인의 취급 물동량은 지난해 기준 31만 톤으로 전년의 76만 톤 대비 절반 넘게 감소했습니다
전쟁 직후 항만 봉쇄로 터미널 운영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는데, 공급망 붕괴를 우려하는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육로 운송을 통해 옥수수, 호밀, 보리 등을 유럽,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는 현재 터미널에 남아 있는 재고 물량이 1만6천t이며 내달까지 출하를 완료할 계획입니다
포스코인터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 전투가 지속되고 있지만, 곡물터미널은 현재까지 피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포스코인터는 터미널 가동 완전 정상화에 대비하면서 현지 유망 영농기업을 선정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수요가 늘고 있는 곡물 가공 분야 진출, 국내 곡물 반입 확대를 위한 내륙저장시설 추가 투자 등도 함께 모색할 예정입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내 유일한 자산투자 기업이라는 이점을 살려 농업 분야 외에도 국가 재건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입니다
포스코그룹이 재건에 필요한 철강, 에너지, 건설, IT 등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포스코인터는 그룹의 우크라이나 진출에 가교 구실을 수행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포스코인터는 조달지역 다변화 차원에서 정부와 협력해 북미, 남미, 호주 등 세계적인 곡창 국가에서 식량 자산 확보도 동시에 추진할 방침입니다
식량은 이차전지 소재, 에너지, 리튬 등과 함께 포스코그룹의 7대 전략 사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3. 러시아 시장 복귀 가능할까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선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들이 삼성과 아이폰 등 기존 판매 상위 제품들의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NN에 따르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기존에 러시아에서 삼성과 아이폰이 베스트셀러였으나, 이 자리를 샤오미와 리얼미 등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차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카운터포인트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는 2021년 12월 스마트폰 시장의 약 40%를 차지했었는데, 1년 뒤에는 러시아 시장의 95%를 차지했다고 집계됐습니다
반면 각각 1, 2위를 차지했던 삼성과 애플은 철수와 동시에 점유율이 53%에서 3%로 떨어졌습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S&P글로벌모빌리티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중국 완성차 업체 체리와 만리장성 자동차는 러시아 내 10대 승용차 브랜드에 진입했습니다
반면 독일의 BMW와 메르세데스는 이 순위에서 사라졌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한국 기업들에게는 다시 기회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앞서 러시아는 글로벌 기업들의 이탈에 대응, 스마트폰 병행수입을 허가하는 등의 조치를 진행했습니다
카자흐스탄 등 주변국에서 물건을 들여올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는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서 삼성 스마트폰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현재 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한국 기업들이 물건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지, 중국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중국기업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았을텐데, 현재는 중국 기업들이 모스크바 현지 주요 쇼핑몰은 물론이고 소규모 도시, 지방 등에서 매장 규모를 확장하는 등 세를 키우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철수 대신 버티기를 택한 곳이 많지만 가전·자동차 등은 반도체 등 전략물자들이 포함돼 있어 수출길이 막힌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장 포기하고 나오면, 1달러에 러시아에 국유화 돼 버리기 때문에 기업들로선 매일 손실을 입으면서도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지 잔류 국내 기업들은 80개 정도로 알려져있습니다
국내 많은 수출기업들이 대러시아 무역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오해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은데 서방의 제재 품목인 반도체 등 전략물자를 제외한 화장품, 생활필수품, 유아용품 등은 수출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현지에서 한류붐 지속으로 한국 화장품, 식료품 등에 대한 선호가 여전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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