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정찰 풍선이 가져온 나비효과
1.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에서 시작된 중국 퇴출 운동
중국의 정찰 위성이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 퇴출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 부처들에서 사용하던 중국제 CCTV를 비롯해 각종 영상 기기, 5G 분야에서 중국 퇴출 운동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먼저 호주가 중국산 감시 카메라와 영상 기록기의 긴급 철수에 나섰습니다
9일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은 국방부 건물에 설치된 중국산 감시 카메라와 영상 기록기 등을 긴급 철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호주 의회 감사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통신기업인 하이크비전과 다후아가 공급한 감시 장치가 호주 국방부·외교부·법무부 등 핵심 정부 청사 등에 1천 대가량 설치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호주 정부는 중국산 감시 장치를 통해 수집된 자료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이크비전과 다후아는 첨단 영상 감시 기술과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표적인 중국 기술 기업입니다
이들은 '중국국가정보법'에 따라 중국 정부에 각종 정보를 제공할 법적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장치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경우 정보 유출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말스 장관은 "상당 기간 중국제 감시 장치가 설치돼 운용되고 있음이 드러났다"면서 "현재 모든 국방부 건물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모두 철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호주안보정보원(ASIO)의 마이크 버저스 원장도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로 수집된 정보가 어디에 축적되고 어떻게 사용되느냐가 문제"라면서 하이크비전과 다후아의 제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번 논란은 호주 국방부 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정부 부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호주 정부는 외교부와 법무부, 재정부 등 모든 정부 부서에서 실태 조사를 할 것을 명령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중국산 장비의 대대적인 철거 작업에 나설 예정입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중국산 감시 장치를 철거하는 것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취한 정당하고 투명한 조치"라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중국 자본을 의식해서인지, 이 문제로 인해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호주 정부는 2018년 화웨이를 안보상 이유로 5G 통신망 사업에서 배제했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는 중국을 코로나 진원지로 지목하며 경제적 갈등을 빚은 바 있습니다
호주에 이어 중국산 장비 퇴출에 나선 국가는 영국입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서 사용하는 드론의 3분의 2 이상이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영국에서는 37개 경찰청에서 337대의 드론을 운영 중인데, 이 중 230대 이상이 중국 DJI가 공급한 제품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DJI 드론 운용에 사용되는 어플리케이션이 향후 정보 유출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된 휴대폰을 통해 기밀 자료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원격 조작해 사진을 찍고, 중국 기업의 서버에 올릴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2. 중국의 퇴출이 한국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
현재는 CCTV나 드론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결국 중국 퇴출 운동은 중국이 심혈을 기울인 5G 산업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영국의 아리시아 키언스 하원 외무위원장은 영국의 중요 시스템에 중국의 접근이 금지되야 한다면서, 공공 조달 과정에서 국가 안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영국은 5G 네트워크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를 배제하도록 했고, 국가기관에 중국산 CCTV 설치를 금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영국의 이동통신사들은 2027년부터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2021년 기준 5G 장비 시장은 화웨이가 28.7%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가 3.1%의 점유율로 6위에 머무는 등, 중국 기업에 비해 약세인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화웨이를 시작으로 중구 기업의 퇴출이 이어지면서, 한국에게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일본 NTT도코모와 5G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이어 11월에는 장비 공급 확대 소식도 알렸습니다
5월에는 미국 제4이동통신사업자 디시 네트워크에 5G 가상화기지국(vRAN) 등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어 9월에는 현지 1위 케이블 사업자 컴캐스트의 5G 솔루션 공급사로 선정됐습니다
2020년 미국 버라이즌, 캐나다 텔러스, 2021년 영국 보다폰, 일본 KDDI, 베트남 비엣텔에 이어 2022년에도 꾸준히 성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5G 장비 공급과 매출은 단발로 끝나지 않고 유지 및 보수까지 지속적인 수익이 창출되는 구조라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8월 인도 2위 사업자 에어텔에 5G 기지국, 다중 입출력 기지국 등을 제공하고 유지 보수를 맡는다고 밝힌 바 있는데, 다른 계약도 비슷한 구조일 확률이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2월 9일 일본 이동통신 사업자 KDDI의 ‘5세대(5G) 통신 단독모드(SA) 코어 솔루션’ 공급사로 선정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파이브 아이즈 국가에 이어 쿼드 국가들도 한국산 5G 장비를 구매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의 쿼드 가입 가능성을 매우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 직후, 웬디 셔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한국의 쿼드 참여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직전 미국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가 미일 경제 2+2 회의와 쿼드에 한국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기 때문입니다
이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중국의 정찰 풍선에 대해 “우린 다른 나라의 영토 주권에 대한 어떠한 침해도 용납될 수 없고 이에 대해 국제법에 따라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음을 이미 분명히 해왔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편에 서서 중국을 규탄했습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전날 정재호 주중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중국의 민수용 무인 비행선을 격추한 데 대해 중국의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쑨 부부장은 한국 측이 시비곡직을 분명히 가려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며 공정한 판단을 내리길 희망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