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잇겠다던 일본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망한 이유
1. 자동차 산업 다음은
일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은 바로 도요타입니다
도요타의 성장 속에 일본에서는 도요타에 부품을 공급하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뭐든지 영원한 것은 없겠죠
일본은 수십년 간 자신들의 경제를 지탱해 온 자동차 산업 다음을 찾아야 했고, 그렇게 선택된 것이 바로 항공기 산업이었습니다
항공 여객기는 최첨단 기술의 집합소입니다
현대 과학의 정수와 기술력이 모두 모여서 만들어 낸 항공 여객기에는 무려 100만개의 부품이 들어갑니다
도요타가 그랬듯이, 일본은 항공 산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기대했습니다
이 사업을 맡은 것은 미쓰비씨 중공업으로, 한국에게는 편하지 않은 이름입니다
강제 노역과 관련해 늘 이름이 나오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는 미쓰비시 중공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면서 항공 여객기 사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일본 역사상 첫 소형 제트 여객기를 만들겠다는 '스페이스 제트' 프로젝트입니다
경제산업성은 500억 엔을 이 프로젝트에 지원했고, 상업 운항에 필요한 형식증명(TC) 사무소를 미쓰비시가 있는 아이치현에 둘 정도로 일본 정부의 지원은 파격적이었습니다
이런 지원 속에서 미쓰비시 중공업은 2008년 90석 규모의 소형 제트 여객기 개발을 시작했고, 시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로부터 약 300대를 수주헀습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15년만에 공식적으로 종료가 되고 말았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 중공업은 7일 스페이스 제트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2년 전부터 미쓰비시 중공업은 사업 개발비와 인원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또한 프로젝트를 동결하는 방향으로 내부에서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프로젝트 중단을 공식 선언한 겁니다
2. 왜 일본은 항공기 산업에 목을 메었나
일본인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시기는 1964년 도쿄올림픽이라고 합니다
도쿄올림픽 개최와 맞물려 일본 정부는 신칸센의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등장한 것이 일본 최초의 프로펠러 여객기 YS-11로, 이 여객기는 올림픽 당시 성화 봉송에 이용됐습니다
1964년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었던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 해였습니다
도쿄올림픽과 신칸센, YS-11은 일본 부흥의 상징이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1964년은 한 초등학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는데, 이 초등학생이 바로 지금은 사망한 아베 전 총리입니다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1964년 도쿄올림픽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겠다면서 강력한 재정 정책인 아베 노믹스를 밀어붙였고, 일본은 저성장에서 탈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1964년 도쿄올림픽이 그랬던 것처럼, 2020년 도쿄올림픽이 시간을 뛰어넘어 일본 부흥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동시에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무너진 일본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도쿄올림픽을 이용하길 원했습니다
그가 기억하는 도쿄올림픽에는 반드시 일본이 만든 항공기가 성화 봉송을 하는 모습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스페이스 제트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했습니다
2006년 아베 1기 내각 당시 프로젝트가 구상됐고, 2008년 경제산업성 주도로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당시에서 사업성에 대한 의문은 있었지만, 일본 정부는 강력하게 이 프로젝트를 밀어붙였습니다
2012년 다시 정권을 잡은 아베 2기 내각에서 스페이스 제트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는 더욱 늘었고, 미쓰비시는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가장 큰 착각을 한 것은, 100석 이하의 제트기 시장은 이미 캐나다와 브라질이 장악하고 있단 사실이었습니다
100석 이하의 제트기를 리저널 제트기로 분류하는데, 전 세계 항공기 산업에서 리저널 제트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5%가 안됩니다
일본은 이 시장을 시작으로 보잉이나 에어버스가 차지하고 있는 대형 항공기 시장을 노리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시작도 전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3. 일본 기술력의 한계
일본은 자신들의 기술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도요타를 통해 증명된 것처럼 미국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손쉽게 항공기 산업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항공기 취항을 위해 필요한 기본 안전성 인증인 형식증명(TC)도 취즉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일본 기업인 혼다의 경우 TC 획득이 쉽지 않다는 점을 빠르게 인식했고, 처음부터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세워 노하우를 얻었습니다
미국의 기술을 적극 받아들인 혼다는 현재 8인승 이하 비즈니스 개인용 제트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쓰비시 중공업은 기술력 부족을 뒤늦게 인식했고, 미국 주도로 녹색 경제를 외치는 현실에서 아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습니다
미쓰비시 중공업의 이즈미사와 사장은 TC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연간 1,000억 엔(한화 약 9,6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몇년 간 더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제트기 시장에서 요구되는 것은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기술이라면서, 설계도부터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꿈에서 시작된 일본 항공 여객기 산업은 결국 아베 전 총리의 죽음으로 인해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외치면서 달려온 아베 전 총리의 죽음과, 이후 벌어지는 일본 산업계의 변화는 한국에게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미래에 대한 확고한 계획입니다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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