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업들이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전쟁을 선포한 이유
1. 포드의 배신으로 시작된 전쟁
국내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한 자국 전기차 회사 우대 및 전기차 생산시설 자국 유치 욕심에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에 전기차 생산시설이 없어 당분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세제 혜택을 못 받는 상황입니다
특히 국내 배터리업체들마저도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는데,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과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포드가 공장을 100% 소유하고 CATL은 기술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우회하며, 미국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포드의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자동차 회사들이 배터리 생산에 뛰어드는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전환이 궤도에 오르자, 자동차 회사들은 핵심인 배터리까지 직접 생산해 수직통합 체계를 만드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배터리 시장은 중국 CATL, 한국 LG에너지솔루션 등 아시아 국가들이 사실상 독점한 상태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은생산라인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공급 안정성도 높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체, 자동차 회사들이 모두 섞여서 ‘배터리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2. 테슬라와 포드, 그리고 BMW
테슬라는 배터리 소재 채굴까지 나서고 있는데, 소재부터 배터리 및 전기차 생산까지 통합 체계를 갖추려는 포석입니다
테슬라는 지난달 호주 ‘마그니스 에너지 테크놀로지’로부터 흑연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는데, 흑연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주요 소재 중 하나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가 “시그마 리튬 인수 입찰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자문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그마 리튬은 캐나다 리튬 채굴업체고, 리튬은 배터리의 핵심 원료입니다
시그마 리튬은 오는 4월 가동을 목표로 브라질 리튬 광산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계획대로라면 내년부터 연간 10만4000t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시그마 리튬을 인수해서 소재 공급에도 안정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이미 기가팩토리에서 배터리 일부를 자체 생산하고 있습니다
리튬 가격은 지난 3년간 10배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최근에는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처방을 내놓은 셈입니다
흑연 계약도 직접 채굴은 아니지만, 고정가격에 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과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4680 배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4680 배터리는 지름이 46㎜, 길이가 80㎜인 원통형배터리입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트위터를 통해 지난 7일간 4680 배터리 셀 생산량이 86만8000개에 이른다며 테슬라 전기차 1000대에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테슬라는 수직 통합을 바탕으로 배터리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면서, 특히저가의 전기차도 내놓을 계획입니다
안정적인 소재 확보, 배터리 및 전기차 생산을 통합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도입니다
테슬라에 이어 포드도 배터리 공장 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튀르키예에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의 바슈켄트가 공장 부지에 연 25GWh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이 공장을 향후 연 45GWh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연 25GWh는 전기차 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초기 투자 금액은 2조5000억~3조원 수준입니다
포드가 CATL과 추진하는 배터리 공장은 서로에게 ‘윈윈’ 전략으로 평가됩니다
포드로선 배터리를 확보할 수 있고, CATL로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우회할 수 있기 대문입니다
BMW는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고전압 배터리 생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BMW는 지난 20일 배터리 셀 코팅 라인을 가동했다고 밝혔습니다
배터리 셀 코팅은 고전압 배터리 생산의 첫 단계입니다
고전압 배터리 생산은 셀 코팅→모듈 생산→배터리 조립의 3단계로 이뤄집니다
BMW는 배터리 완제품 생산 전체 과정을 자동화 공정으로 완성할 계획입니다
BMW는 라이프치히 공장에 약 8억유로 1조1000억원을 투자했고, 2024년까지 라이프치히 공장이 고전압 배터리 공정 전체를 담당할 계획입니다
생산 규모는 1년에 1000만개 수준입니다
이런 움직임들을 볼 때 초기에는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업체가 협업하고 있지만, 결국 경쟁관계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공급 안정성과 비용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이 점차 배터리 생산을 내재화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전기차 판매 단계와 반도체 공장 건설에만 지원금을 약속했지만, 미국은 다음으로 배터리에 보조금을 약속할 것입니다
그리고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배터리 산업에서도 미국 정부가 핵심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 갈등이 미국의 승리로 끝나다고 해도, 이런 시도가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문제입니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적당한 수준의 투자만 하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